호텔 vs 레스토랑 vs 전통 한정식
일산명월관요정을 처음 알게 된 건 접대 때문이었다. 12년째 영업 뛰고 있다. 한 달에 네다섯 번은 누군가를 밥자리에 모신다. 그 횟수를 세면 대략 600번쯤. 그중에서 상대방이 먼저 "그때 그 자리 좋았다"고 연락해온 적은 열 번이 안 된다. 나는 그 열 번의 공통점을 안다.
당신도 고민하고 있을 거다. 호텔 뷔페냐, 파인다이닝이냐, 아니면 전통 한정식이냐. 나는 세 군데를 수십 번씩 돌았다. 이건 블로그 리뷰가 아니라 현장 보고서다.
호텔 뷔페부터 까자. 안 망하는 선택이긴 하다. 인정한다. 메뉴가 수십 가지니까 까다로운 사람도 뭔가는 먹는다. 근데 곰곰이 생각해봐라. 줄 서서 밥 담아오는 게 접대냐? 내가 모신 분이 직접 접시 들고 왔다 갔다 하는 꼴을 보면 속이 쓰리다. 게다가 옆 테이블에서 생일 축하 노래 터지고, 아이 울음소리 섞이고. 인당 8만원에서 12만원. 그 돈이면 괜찮은 한식집에서 대접받으며 앉아 있을 수 있다.
파인다이닝, 그 허세에 대해서. 조명은 예쁘다. 와인잔에 반사되는 촛불도 근사하다. 여기까지는 좋다. 근데 스테이크 자르면서 계약 얘기를 어떻게 해? 나이프 쥐고 "단가를 좀 맞춰주시면..."이라고 말하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해봐라. 웃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칸막이가 없다. 옆자리 1미터 거리에 누가 앉는지 당신은 모른다. 지난번에 강남 이탈리안에서 경쟁사 상무를 마주친 적 있다. 그날 밤 소화가 안 됐다. 인당 15만원에서 25만원. 와인 한 병 시키면 50만원은 가볍게 넘는다.
전통 한정식은 다른 종류의 물건이다. 신발 벗고 문턱 넘는 순간, 시간이 바뀐다. 무릎이 바닥에 닿고 자세가 낮아지면 이상하게 마음도 내려간다. 문이 닫히면 그 안은 온전히 우리 세상이다. 목소리를 낮출 필요가 없다. 눈치 볼 사람도 없다. 음식이 한 접시씩 들어올 때마다 대화에 쉼표가 찍히고, 그 쉼표가 리듬이 된다. 밥을 먹는 게 아니라 시간을 함께 보내는 거다.
음식 얘기를 안 할 수 없다. 뷔페는 가짓수로 승부하는데, 넓고 얕은 웅덩이 같다. 뭘 먹어도 "그냥저냥"이라는 감상만 남는다. 레스토랑은 메인 하나에 올인하는 구조인데, 그 하나가 내 입에 안 맞으면 끝이다. 한정식은 구조가 다르다. 전채부터 후식까지 코스로 흐르는데, 반찬 하나하나에 손이 갔다는 게 혀로 느껴진다. 나물 하나도 데쳐서 무친 거랑 볶아서 낸 거의 차이가 있다. 그게 열다섯 가지. 먹으면서 자연스럽게 "이거 맛있네" 하고, 그 한마디가 대화의 물꼬가 된다.
돈 얘기를 해야지. 호텔 뷔페 인당 8만~12만원, 파인다이닝 인당 15만~25만원에 와인 별도, 한정식 인당 15만~25만원인데 여기엔 술값이 대부분 포함돼 있고 공연도 딸려온다. 숫자만 놓고 보면 한정식이 비싸 보이지만, 계산기 두드려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호텔 뷔페에서 술 따로 마시고, 레스토랑에서 와인 시키면 인당 30만원 훌쩍 넘긴다. 한정식은 그 안에서 다 끝난다. 솔직하게 말하면, 한정식이 주머니 사정에도 낫다.
분위기는 비교 자체가 불공정하다. 호텔은 번쩍이는 로비에 딸린 식당이다. 레스토랑은 인테리어 잘한 가게다. 한정식, 특히 일산명월관요정 같은 곳은 "장면"이다. 가야금 줄이 튕겨지는 소리가 방 안에 떨어지고, 정종이 도자기 잔에 졸졸 따라지고, 갈비찜 뚜껑 여는 순간 방 안을 가득 채우는 그 냄새. 이건 밥이 아니라 하나의 서사다.
단점을 안 쓰면 거짓말이다. 한정식은 예약 없이 못 간다. 당일 전화? 거의 불가능이라고 보면 된다. 위치가 일산이니까 강남에서 차로 40분은 잡아야 한다. 그리고 2인보다는 4인 이상일 때 제값을 한다. 이런 것들이 귀찮다면 그냥 호텔 뷔페 가면 된다. 아무도 뭐라 안 한다.
근데 진짜 중요한 자리, 이 계약이 성사되느냐 마느냐의 자리, 저 사람에게 나를 각인시켜야 하는 자리라면? 조금 멀어도 가야 한다. 조금 비싸도 가야 한다.
600번의 접대 중에 상대방이 먼저 "또 거기 가자"고 한 곳은 전통 한정식뿐이었다. 호텔 이름은 잊어도, 레스토랑 간판은 기억 못 해도, 신발 벗고 들어가서 바닥에 앉아 나눈 그 밤은 남더라. 결국 사람의 기억에 남는 건 음식값이 아니라, 그날 밤 공기의 온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