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가본 날

일산명월관요정. 그 이름을 처음 들은 건 금요일 밤 8시 47분이었다. 일산역에서 택시를 탔다.

친구 녀석이 갑자기 카톡을 보냈다. "오늘 저녁에 갈 데 있는데." 뭐? 요정? 나는 진지하게 되물었다. 야, 지금이 조선시대야? 친구가 답했다. 가보면 안다.

가봤다.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실망했다. 솔직히. 간판이 좀 촌스러워 보였다. 골목 안쪽에 있어서 지나가면 모를 그런 위치. "야 여기 맞아?" 친구 등짝을 때리고 싶었다.

문을 밀었다.

그리고 — 닥쳤다.

뭐라고 해야 하나. 냄새가 먼저 왔다. 편백? 아니, 소나무 같기도 했다. 정확히 뭔 나무인지 모르겠다. 근데 그 향이 코에 닿는 순간 바깥 세상이 뚝 끊겼다. 서울에서 데시벨에 절여진 귀가 갑자기 조용해졌다. 어디선가 물 떨어지는 소리. 똑. 똑. 그게 전부였다.

"어서 오십시오."

고개를 숙인 남자. 양복이었다. 넥타이까지. 밥집 직원이 넥타이를 매고 있다는 사실이 이상했는데, 이상하게 이상하지 않았다. 이 공간에선 그게 맞았다.

미닫이문을 열었다. 스르륵. 그 소리가 좋았다. 나무가 나무를 스치는 소리. 방 안에 들어섰는데 천장이 낮았다. 원래 한옥이 그렇다고 했다. 근데 그 낮은 천장이 묘하게 아늑했다. 마치 이불 속에 들어간 기분.

바닥에 앉았다. 무릎이 좀 아팠다 — 나 양반다리 잘 못한다. 근데 5분 지나니까 적응됐다. 온돌이었다. 엉덩이가 따뜻해지니까 긴장이 풀렸다.

대추차가 나왔다. 한 모금. 달았다. 근데 설탕 단맛이 아니었다. 대추를 진짜 고아서 나오는 그 묵직한 단맛. 이거 하나로 오늘 여기 온 보람을 느꼈다. 아직 밥도 안 먹었는데.

그리고 전복죽. 숟가락을 들었다. 입에 넣었다. 3초 동안 아무 생각이 안 났다. 진짜로. 머릿속이 하얘졌다. 죽이 혀 위에서 녹으면서 전복 냄새가 — 아, 냄새가 아니다. 향이다. 바다 향이 입 안에서 올라왔다. 이게 죽이라고? 이건 요리다.

회가 나왔다. 뭔 생선인지 이름은 모른다. 세 종류. 접시가 예뻤는데 그건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된장 소스. 회를 된장 소스에 찍어 먹어본 적 있나? 나는 없었다. 근데 이걸 왜 몰랐지. 고소한 된장이 생선의 비린내를 완전히 잡아먹었다. 새로운 맛이었다. 35년 살면서 처음 느껴보는 맛.

갈비찜. 젓가락으로 건드렸는데 뼈에서 살이 흘러내렸다. 찢어진 게 아니다. 흘러내렸다. 간이 딱 — 뭐라 할까 — 짜지도 않고 싱겁지도 않은, 그 중간 어딘가의 완벽한 지점. 세 점 먹고 젓가락을 내려놓으려다가 네 점째를 집었다. 다섯째도.

솥밥 뚜껑을 열 때 올라온 김. 그 김 사이로 밤이 보였다. 대추가 보였다. 은행이 노랗게 박혀 있었다. 한 숟갈. 고소했다. 두 숟갈. 더 고소했다. 누룽지에 물 부어 먹을 때쯤에는 배가 터질 것 같았는데 숟가락을 멈출 수가 없었다. 이건 식욕이 아니었다. 집착이었다.

단점. 있다. 주차장이 좁다. 네비가 좀 헤맨다. 예약 안 하고 가면 문전박대다. 그리고 싸지 않다. 절대. 근데 나와서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걸을 때 생각했다. 비싸서 아까운 게 아니라, 비싼 이유를 알겠는 거였다.

친구가 물었다. 어때?

나는 한참 걷다가 말했다.

"야, 다음 달에 우리 엄마 생신인데."

그게 내 대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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