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접대 장소로 여기를 골랐다

일산명월관요정. 이 이름을 꺼낸 건 수요일이었다. 오후 2시. 부장한테 불려갔다. "목요일 저녁 김 사장님 모셔." 그 한마디에 위장이 쪼그라들었다.

김 사장님. 우리 매출의 40%를 쥐고 있는 분. 업계 32년차. 강남 호텔은 화장실 위치까지 외우고 있는 분. 오마카세? 지난주에 갔단다. 스테이크? "고기는 이제 됐어." 그 말을 전해들었을 때 핸드폰을 던지고 싶었다.

화요일 밤. 이불 속에서 검색을 했다. 강남 접대 맛집. 서울 고급 한식. 다 가본 데였다. 아니면 비슷한 데였다. 머리카락을 쥐어뜯다가 후배한테 전화했다. 새벽 1시에.

"형, 일산에 명월관이라고 있어요." 일산명월관요정. 이름을 듣고 3초 동안 멈췄다. 일산? 거기까지? 그리고 — 요정? 후배가 말했다. 건설사 H사 부사장이 매달 간다고. 그 말에 검색했다. 사진 세 장을 봤다. 잠이 깨버렸다.

목요일. 김 사장님 차 뒤를 따라 일산으로 달렸다. 손바닥에 땀이 배었다. 네비가 골목으로 안내했다. 불안했다. 여기 맞아?

맞았다.

입구에 서는 순간 사장님이 멈추셨다. 간판을 올려다보시더니 고개를 돌렸다. 표정이 바뀌었다. 딱딱하던 얼굴에 뭔가 — 그리움? — 같은 게 스쳤다. "여기 아직 있었어? 20년 전에 왔었는데." 그 한마디에 나는 속으로 주먹을 쥐었다. 1차 관문 통과.

미닫이문이 닫혔다. 찰칵. 세상이 사라졌다. 바깥 소음, 다른 손님 소리, 전부. 사장님이 방을 둘러보셨다. 족자. 꽃. 은은한 조명. "요즘 이런 데 없어." 목소리가 부드러워졌다. 부장이 옆에서 나를 봤다. 눈빛이 말하고 있었다. 잘했다.

음식이 나왔다. 한꺼번에가 아니었다. 한 접시. 먹는다. 이야기한다. 다음 접시. 이 간격이 — 이게 핵심이었다. 뷔페처럼 접시를 들고 줄 서는 게 아니라, 앉아서 기다리는 동안 대화가 채워졌다. 자연스러웠다. 계약 얘기가 아니라 골프 얘기, 자녀 얘기, 군대 얘기.

갈비찜이 나왔을 때 사장님이 젓가락을 멈추셨다. 한 점 드시고 씹으시더니 눈을 감으셨다. 그리고 말씀하셨다. "이거 잘하네." 업계 32년차의 입에서 나온 세 글자. 나는 속으로 엎드려 절하고 싶었다.

가야금이 시작됐다. 사장님이 정종을 드셨다. 작은 도자기 잔. 한 모금. 두 모금. 눈을 감으셨다. 한 곡이 끝나고 조용히 말씀하셨다. "좋은 데 알고 있었네." 그 말이 어떤 계약서보다 무거웠다.

10시가 넘어서 나왔다. 계약 얘기는 한마디도 안 했다. 근데 사장님이 악수를 하시며 말씀하셨다. "월요일에 계약서 보내." 끝이었다. 그게 끝이었다. 호텔 회의실에서 파워포인트 30장 돌렸으면 이렇게 됐을까. 절대 아니다.

단점? 있다. 자리가 적어서 일주일 전 예약 필수. 급한 접대에는 못 쓴다. 일산까지 가야 하니까 강남 기준으로 40분. 근데 그 40분이 아깝지 않은 결과를 만들어준다. 접대는 음식이 아니다. 분위기다. 여기는 그 분위기를 파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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