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별 매력 — 같은 곳, 다른 경험
일산명월관요정의 같은 문을 네 번 열었다. 봄에 한 번, 여름에 한 번, 가을에 한 번, 겨울에 한 번. 같은 주소, 같은 간판, 같은 복도를 지나 같은 방에 앉았는데 — 네 번 다 다른 곳이었다. 그래서 이건 식당 리뷰가 아니라 한 장소에 보내는 네 통의 연애편지다.
당신이 이 글을 읽고 있는 계절이 언제든, 그 계절의 문단부터 읽어도 된다.
봄. 4월 셋째 주, 얇은 트렌치코트를 걸치고 갔다. 바깥 기온 16도. 입구에 다다르니 벚꽃 나무가 서 있었고, 꽃잎이 현관 돌바닥 위에 젖은 채로 붙어 있었다. 바람이 불 때마다 꽃잎이 어깨 위로 떨어졌다. 누군가 만들어놓은 장면 같았는데, 아무도 연출하지 않은 거였다. 방 안에는 산수유가 작은 도자기 병에 꽂혀 있었고, 노란빛이 방 한쪽을 물들이고 있었다.
냉이전이 먼저 나왔다. 한 입 베어 물었을 때 입안에 퍼지는 그 쌉쌀함. 흙 냄새가 살짝 섞인, 봄 들판을 혀 위에 올려놓은 맛이었다. 도다리쑥국이 뒤따랐다. 국물이 맑아서 그릇 바닥이 보였는데, 한 숟갈 떠서 입에 넣는 순간 깊이를 알았다. 쑥 향이 코 뒤쪽으로 올라가서 머리끝까지 번졌다. 봄은 먹는 것이었다. 눈이 아니라 혀로 확인하는 계절.
여름. 7월, 반팔 셔츠에도 등줄기가 땀으로 흘렀다. 바깥 35도.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아스팔트 열기가 발바닥을 뚫고 올라왔다. 그런데 문을 열고 신발을 벗는 순간, 나무 마루가 발바닥을 받아줬다. 차가웠다. 에어컨 바람이 아니라, 나무 자체가 품고 있던 서늘함이었다. 맨발로 복도를 걸어 방에 들어가니 벽 사이로 바람길이 나 있었다. 한옥 구조가 만들어내는 자연 통풍. 땀이 마르는 게 아니라 증발하는 느낌이었다.
콩국수가 나왔다. 여기서 콩국수라니, 하고 의아했는데 한 젓가락 들어올리는 순간 생각이 바뀌었다. 직접 갈아낸 콩물이 면에 걸쭉하게 매달려 올라왔고, 입에 넣으면 고소함이 혀를 감쌌다 놓아줬다. 후식으로 수박화채가 왔다. 수박 조각이 얼음물 위에 떠 있었고, 그걸 떠먹는 순간 땀구멍이 전부 닫히는 기분이었다. 여름에 이 방 안에 앉아 있으면, 바깥의 35도는 다른 나라 얘기가 된다.
가을. 10월 초, 얇은 니트를 입고 갔다. 입구의 은행나무가 노랗게 타고 있었다. 바닥에 떨어진 은행잎을 밟으며 걸었는데, 바스락 소리가 났다. 방문을 열자 국화 향이 코끝을 건드렸다. 탁자 위에 국화 한 송이. 가을은 냄새로 시작했다.
송이버섯이 접시 위에 놓였다. 얇게 저민 것을 집어 입에 넣는 순간 — 숲 바닥 냄새가 났다. 낙엽 밑, 젖은 흙 위에서 방금 뽑아온 것 같은 그 야생의 향. 씹을수록 진해졌다. 대하구이가 뒤따랐다. 가을 대하는 머리통에 내장이 가득 차 있었고, 빨아먹으니 고소한 즙이 입천장에 퍼졌다. 전어구이는 기름이 자르르 흘렀다. 젓가락으로 살을 발라내는데 뼈에서 살이 스르르 떨어졌다. 짭조름하고 바삭한 껍질 사이로 기름진 속살. 가을 전어 때문에 집 나간 며느리가 돌아온다는 말, 과장이 아니었다. 가을은 이 장소의 전성기다. 자연이 부엌에 가장 좋은 재료를 쏟아붓는 시기.
겨울. 1월, 패딩을 머리까지 뒤집어쓰고 갔다. 바깥 영하 11도. 코끝이 얼어 있었고 손가락이 뻣뻣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서 방바닥에 앉는 순간 — 온돌. 열기가 바닥에서부터 엉덩이를 타고, 허리를 타고, 등을 타고 올라왔다. 뼈 속까지 스며드는 따뜻함이었다. 3분 만에 패딩을 벗었고, 5분 만에 니트 소매를 걷었다.
소갈비탕 뚜껑이 열렸다. 뽀얀 김이 얼굴을 덮었다. 국물을 한 숟갈 떠서 입술에 대니 입술이 데일 듯 뜨거웠고, 후후 불어서 넘기니 목구멍부터 위장까지 뜨거운 줄이 그어졌다. 일산명월관요정의 겨울은 이런 거다. 바깥이 얼어붙을수록 안이 더 따뜻해지는 역설. 마지막에 솥밥을 퍼서 누룽지 숭늉에 말아 먹었다. 배가 부른 게 아니라 몸 전체가 충전되는 느낌이었다. 바깥 세상으로 돌아가기 싫었다.
그래서 언제 가냐고? 네 번 다 가본 사람으로서 말하면 — 답은 없다. 봄엔 봄이 그립고, 여름엔 여름이 그립고, 가을엔 가을이 그리울 거다. 굳이 총 들이대고 하나만 고르라면, 가을. 음식이 가장 깊고 바깥 공기가 걷기에 좋다. 먹고 나와서 호수공원까지 걸으면, 그날은 완성된다.
한 가지 팁. 예약할 때 "지금 제철 뭐가 좋아요?" 하고 물어봐라. 그주에 들어온 재료 중 가장 상태 좋은 걸로 맞춰준다. 계절은 달력이 정하는 게 아니라 부엌이 정하는 거다.